Tiny Hand With Animated Rainbow He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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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내내 울고 웃으면서도 행복했다.
대현이도, 엄마도, 다른 사람들도 다 우리네 이야기여서 더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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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많이 생각해봤어 너의 질문에 대한 답은 뭘까.
내가 뭐라고했어야 널 불잡을수 있었을까.

수도 없이 그날 밤을 떠올리고 되새기면서 오랫동안 헤맸어.
그리고 이제 대답할수있어.

난 아직 내가 살아야하는 이유를 몰라. 그건 그 누구도 알 수 없을거야.
사람이 살아야할 이유를 알기 때문에 살아가는게 아니니까.

 

 

소우야

삶은 명제를 붙일수없는 무한한 가능성이야
끊임없는 반전이고 셀수없는 희비이야
모두 그렇게 살아가는거였어.

 

 

때로는 몸을 웅크리고 손을 뻗어가면서
고독한 섬으로 남고싶어하면서
요란한 파도를 기다리기도 하는 그런 불완전한 마음.

 

 

넌 틀렸어.
오답을 갖고 세상을 떠났어. 름다운 음악을 전주만 듣고 꺼버렸어.
예쁜 꽃나무를 빗속에서 지나쳤어.

 


 

늘 어둠뿐이라고 단언했던 네 삶은
아직 불이 켜지지않은 방이였어

 

바뀔 수 있었어
괜찮아질 수 있었어.
그래서 넌 틀렸어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

 

 

이제 봄이 오려고한다
나는 울에 엄마를 잃었고
겨울에 아빠를 잃었고
겨울에 너를 잃었지만

 

 

그래도 내 세상에 봄이 오려고 눈이 녹고 새싹이 나.

날이 맑고 바람이 좋아.

그래서 난 지치지않으려고. 비록 이런 삶일지라도.




- 솔로몬의 위증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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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5 00:01




모든 일은 시작하는 순간 반으로 요약된다

배부름은 첫술에 요약되어 있다

어떤 술도 그 맛은 첫잔과 마주한 사람이 나누어 좌우한다

귀뚜라미는 소리로서 그 존재를 간단히 요약한다

평행한 햇살을 요약하여 업은 잎사귀 하나 아래로 처지고 있다

방향은 가늘게 요약되어 동쪽은 오로지 동쪽만을 묵묵히 담당한다

요란한 것들을 집합시켜 보면 사소한 것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물질은 한 분자에 성질을 전부 요약하여 담는다

한 방울 바닷물이 바다 전체를 요약하고 있다

서해는 서해를 찾아드는 모든 강의 이름을 요약한다

목숨은 요약되어 한 호흡과 호흡 사이에 있다

파란만장한 생애는 굵고 검은 활자로 요약되어 부음란에 하루 머무른다

하루살이는 일생을 요약하여 하루에 다 산다


너는 모든 남을 요약하여 내게로 왔다



- 이갑수,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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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동생과 함께 시내에 나갔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은 몇 주만에 간 듯한데, 새삼 내가 그동안 어둡게 살았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사람들 속에서 서 있는데 멀미가 났다. 어지러웠다.

 

2

S 의 늦은 생일 선물을 샀다. 예쁜 쓰레기보다 실용성있는 선물이 두고두고 쓸 때마다 내가 떠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 겉만 예쁜 선물보다 실생활에서 내가 필요했거나, 그렇더라도 내 돈주고 사기엔 아까웠던 선물을 받았을 때 더 기뻤던 것 같다.

 

3

오랜만에 광장에서 집회를 하던데 참가하지 못했다. 계속 반월당 쪽에서 하다가 해 바뀐 이후의 집회 중엔 가장 큰 것 같았다. 동성로 소녀상 설치에 대한 서명도 받고 있었다. 여전히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서명도 진행 중이었고. 다들 정말 멋지고 훌륭하신 분들이다. 나도 그 쪽 관련해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좋을텐데. 조금 더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자유로울 때 시민단체 활동을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촛불을 무료로 나눠주는 곳에선 한 노인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따졌다. 사실 예전에 서울에 갔을 때 광화문만 하더라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이었다. 대구도 촛불이 내가 조금 더 어렸을 때보단 많이 밝아졌지만 한 쪽에서는 여전히 불이 꺼진 곳이 많다. 그 할아버지 옆에서 보란듯이 모금함에 돈을 넣으려고 했는데, 마땅히 돈이 없었다. 속상했다.

 

4

오는 길에 버스를 탔는데, 버스 기사 아저씨께서 정말 친절하셨다. 들어오는 승객들께는 안녕하세요 하며 일일이 다 인사하시고, 내리는 승객들께는 마이크로 안녕히가세요 라고 인사하셨다. 몇몇 승객들은 내리면서 감사합니다 와 같은 답 인사를 드렸다. 타고있는 승객들도, 운전하시는 기사 아저씨께서도 웃음을 머금었던 버스였다.

 

단지 반 나절, 아니 그보다도 더 적은 시간동안 외출하고 온 것일 뿐인데 이렇게나 많은 이야깃거리들을 쓸 수가 있다니. 씁쓸하면서도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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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만에 K라는 이름을 가진 이종사촌 오빠야랑 말을 텄다!


다른 이종사촌 오빠도, 심지어 새언니까지도 대화할 때는 편했는데 유독 한마디도 못 나눴던 사이였다.

그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우선, 이종사촌언니와 오빠들은 서로 나이차도 얼마 안 날 뿐더러 어렸을 때부터 친했지만 나는 외가 쪽에서는 거의 막내나 다름없었고 만날 기회도 거의 없었다.

두번째론, 그 몇 없는 '기회'는 생길 때마다 종종 깨졌다. 나는 한 낯가림 하는 성격 덕에 그 오빠한테 먼저 말을 걸지도 (심지어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고) 못했다. 외숙모나 이모, 외할머니, 엄마까지 모두 이종사촌끼리 내외하나, 부끄럼타네, 낯을 가려가지고 … 와 같은 말들로 아예 차단해버렸으니.

마지막으로 오빠도 어색했을터. 형제자매도 없는데 심지어 친하지않은 여동생과의 대화라니 오빠 쪽에서도 어색했을거다. 이제와서 하는 얘기지만 나의 '낯가림' 원인 중 하나는 정말로 낯설음일테고, 나머지 하나는 오빠야가 잘생겨서...ㅠㅠ..


지난 설날 외삼촌께서 슈퍼에서 술을 사오라 시키셔서 울며 겨자먹기로 오빠야와 함께 가게 되었다. 그 때는 되게 부끄럽고 얼굴이 빨개졌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한 일(!) 같다. 이야기도 (나름) 많이 나눴는데 진지한 이야기를 해보고싶다. 같은 학교였으면 캠퍼스에서 알은체도 하고 그랬을텐데 ㅠㅠ


생각해보니 장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잘생겼고 목소리도 좋고 성격도 차분하고...!!


결론 : 우리집 이종사촌오빠야들이 최고다

설날이 한참 지난 오늘이지만 이건 도저히 혼자 뿌듯할수가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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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산 채로
세상을 빠져나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새들은 하늘로 높이 날면서
세상을 돕니다
새들에게는 지옥이 없습니다
그런데 나의 십자가는 왜 당신이어야 합니까


- 김종철,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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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묵혀둔 아버지의 문서를 버리는데
언제 오셨는지
나의 등 뒤에서 구겨진 문서를 하나하나 펴시는 아버지
소문대로라면
평생 남의 논밭만 경작하고 몽당 담배만 골라 피우셨다던,
그가 평생 경작한 꽃은 나였지만
나는 그에게 후끈한 파스 한 장 되어주지 못했다
지금, 모락모락 먼지로 돌아가려는 모든 문서를 버린다
희망조차도 중고품인 이 집에서 나는
장날이면 눈에 띄던 양은냄비 같은 새 달을 갖고 싶었다
올봄 새롭게 유행할 봉숭아꽃이나 고장 없는 오솔길 하나
장만하고 싶었다, 그러나 오래된 기억일수록
들춰보면 모두 헐었거나 수선한 것들이 전부였다
때로는, 동생의 웃음과 깨진 햇빛도 늘 꿰매 쓰던 그가
장독대의 벚꽃을 수선하는 데 꼬박 일 년이 걸렸을 때는
감자꽃 같은 희망이 원인인 줄 알았다, 그 후로도 줄곧 나는
달빛과 야심한 닭 울음소리를 무수히 허비했고
그는 그때마다 나의 사춘기를 붉게 수소문하곤 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그의 묵정밭이었다
그가 나의 웃자란 객기를 솎아내는 동안
나는 그의 희부연 여생을 아무런 가책도 없이 허물곤 했다

새로운 묵정밭을 일구려 하셨음일까
재작년 저 세상으로 들일을 가신 후, 아버지는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와도 집으로 돌아오시는 법이 없다


- 조영민, 그리움을 수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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